형사재판을 처음 받게 되면 가장 낯선 순간이 바로 첫 공판기일입니다.
법정에 들어가면 판사, 검사, 변호인, 피고인이 있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재판이 진행됩니다. 이때 본격적으로 증거를 조사하기 전에 먼저 진행되는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모두절차입니다.
쉽게 말하면, 모두절차는 형사재판의 출발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합니다.
- 검사가 피고인을 어떤 범죄사실로 기소했는지
- 피고인이 그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 변호인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 앞으로 재판에서 다툴 쟁점이 무엇인지
- 어떤 증거조사를 할 것인지
즉, 모두절차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절차가 아니라, 형사재판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절차는 언제 진행되나요?
모두절차는 보통 제1회 공판기일, 즉 첫 재판기일에서 진행됩니다.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고, 인정신문과 진술거부권 고지 등이 이루어진 뒤, 본격적인 심리와 증거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모두절차가 진행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판준비기일이나 준비절차를 이미 거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모두절차 자체를 생략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피고인은 실제 공판기일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어떤 내용으로 재판을 받는지 확인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를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1. 검사의 모두진술
모두절차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검사의 모두진술입니다.
검사는 공소장에 따라 피고인에게 적용된 범죄사실, 죄명, 적용법조를 밝힙니다.
쉽게 말하면 검사가 법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피고인은 이런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행위는 어떤 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 법 조항이 적용됩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어떤 범죄사실로 재판을 받는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다툴 부분은 다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의 모두진술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공소장을 반드시 전부 읽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검사는 공소장을 낭독해야 합니다.
다만 사건에 따라 공소사실이 매우 많거나 복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범행 횟수가 많고 범죄일람표가 첨부되어 있는 사건에서는 공소장을 전부 낭독하는 것만으로 오히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사는 공소장 전부를 읽는 대신 공소의 요지를 진술할 수 있습니다.
공소의 요지란 공소사실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건에서는 공소요지 진술 방식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 공소사실이 매우 방대한 사건
- 복잡한 경제범죄 사건
- 유사한 범행이 여러 차례 반복된 사건
- 범죄일람표가 첨부된 사건
-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고 피고인이 쟁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사건
다만 공소요지 진술을 하더라도 피고인이 재판의 대상과 내용을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검사가 모두진술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있나요?
있습니다.
검사의 모두진술은 어디까지나 공소사실을 밝히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아직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증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피고인의 과거 전력이나 사생활을 장황하게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참고인 진술을 마치 사실로 확정된 것처럼 말하거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나쁜 인상을 주는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재판장은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여 검사의 진술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초 진술
검사의 모두진술이 끝나면, 다음으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초 진술이 이루어집니다.
이 단계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입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합니다.”
“일부는 인정하지만 일부는 다툽니다.”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합니다.”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고의는 없었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였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입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인지, 부인하는 사건인지에 따라 이후 증거조사의 범위와 재판 진행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반드시 말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피고인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습니다.
진술거부권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말할 기회를 갖되, 그 과정에서 진술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공소사실 인정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인이 “인정합니다”라고 말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항상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공소사실 중 일부는 인정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이 “때린 것은 맞습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 사건에서 “운전한 것은 맞습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음주측정 절차나 혈중알코올농도 산정 방식을 다툴 수 있습니다.
사기 사건에서 “돈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처음부터 속일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최초 진술은 단순히 “인정” 또는 “부인”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공소사실의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인은 무엇을 말하나요?
변호인이 있는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먼저 의견을 말하고, 그 후 피고인이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 공소사실 인정 여부
- 다투는 쟁점
-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
- 법률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
- 증거에 대한 의견
- 앞으로의 입증계획
- 정상관계에 관한 주장
- 공소기각, 면소 등 절차상 주장
- 국선변호인 선정, 기일 연기, 사건 병합 등 절차적 신청
모두절차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단순히 죄를 인정하는지 여부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판의 방향과 방어전략을 밝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항은 충분히 진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견서를 제출했으면 법정에서 말하지 않아도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미리 의견서를 제출했더라도, 공판기일에서 다시 진술할 기회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피고인은 법정에서 제출한 의견서와 다른 내용을 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의견서에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법정에서는 일부 내용을 다투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법정에서 일부 인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장은 제출된 의견서의 내용과 취지를 확인하고, 피고인에게 직접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다만 의견서 자체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소장 부본을 못 받았거나 늦게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피고인은 재판을 받기 전에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아야 합니다.
공소장 부본을 통해 피고인은 자신이 어떤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지 5일이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여 기일 연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미 공소제기 내용을 알고 있고, 공판진행을 원한다면 그 취지를 공판조서에 기재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관련된 중요한 절차입니다.
3. 재판장의 쟁점 정리와 입증계획 확인
피고인과 변호인의 최초 진술이 끝나면, 재판장은 사건의 쟁점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는 앞으로 증거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재판장은 검사, 피고인, 변호인에게 필요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피고인이 정확히 어느 부분을 인정하는지
- 어느 부분을 다투는지
- 법률상 쟁점은 무엇인지
- 증거조사가 필요한 부분은 어디인지
- 증인을 신청할 예정인지
- 어떤 증거로 어떤 사실을 입증하려는지
- 사건의 핵심 다툼은 무엇인지
형사재판은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작정 조사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인정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을 구분하고, 실제로 필요한 증거조사를 중심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피고인의 방어권도 제대로 보장될 수 있습니다.
쟁점 정리는 왜 중요한가요?
쟁점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재판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다투지 않는 부분까지 장시간 증거조사를 하게 되거나, 정작 중요한 부분은 충분히 심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두절차에서 쟁점이 잘 정리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재판의 핵심이 분명해집니다.
- 피고인이 무엇을 방어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검사는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 변호인은 방어전략을 세우기 쉬워집니다.
- 증거조사가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 재판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국 쟁점 정리는 형사재판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입니다.
형사재판을 처음 받는 피고인이 특히 알아야 할 점
형사재판을 처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법정 분위기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고, 재판장이 질문을 하고, 변호인이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절차의 핵심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 첫째, 내가 어떤 내용으로 기소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둘째, 그 내용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정리해야 합니다.
- 셋째, 인정하더라도 억울한 사정이나 법률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넷째, 진술거부권이 있으므로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아서는 안 됩니다.
- 다섯째, 변호인이 있다면 변호인과 미리 입장을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첫 공판기일은 재판 전체의 흐름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따라서 공소장을 꼼꼼히 읽고, 자신의 입장을 미리 정리한 뒤 출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모두절차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바로 유죄가 되나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판결이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이후 증거조사 범위가 줄어들 수 있고, 양형에 관한 심리가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정하는 경우에도 범행 경위, 피해회복, 반성 여부, 전과관계, 재범 가능성 등 양형에 관한 주장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Q2. 공소사실을 일부만 인정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할 수도 있고, 일부만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고의는 부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다툰 사실은 인정하지만 폭행의 정도는 다툴 수도 있습니다.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편취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소사실을 단순히 인정할지 부인할지만 생각하기보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인정하고 어느 부분을 다투는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변호인이 있으면 피고인은 말하지 않아도 되나요?
변호인이 의견을 진술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의 당사자는 피고인이므로, 피고인 본인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다만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이 먼저 법률적인 의견을 정리해서 말하고, 피고인이 그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Q4. 의견서를 미리 제출했는데 법정에서 다른 말을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공판기일에서 이미 제출한 의견서와 다른 내용으로 진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장은 피고인의 현재 입장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입장이 바뀌면 그 이유와 취지를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Q5. 모두절차에서 너무 긴 이야기를 해도 되나요?
피고인은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있지만, 재판과 무관한 내용을 장황하게 말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재판장은 소송지휘권을 행사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진술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두절차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공소사실 인정 여부, 다투는 부분, 법률적 주장, 억울한 사정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절차 핵심 정리
형사재판의 모두절차는 첫 공판기일에서 본격적인 증거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진행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검사는 공소사실, 죄명, 적용법조를 밝힙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 진술합니다.
재판장은 사건의 쟁점과 향후 증거조사 방향을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의 진술거부권과 방어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결국 모두절차는 형사재판의 시작점이자, 재판의 방향을 결정하는 절차입니다. 형사재판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절차에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재판의 흐름을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형사재판은 일반인에게 매우 낯설고 부담스러운 절차입니다.
특히 첫 공판기일에서 진행되는 모두절차는 용어도 어렵고, 순서도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검사는 “무엇 때문에 기소했는지”를 말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그 내용을 인정하는지, 다투는지”를 밝히며, 재판장은 “앞으로 무엇을 중심으로 재판할지”를 정리합니다.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면 공소장을 꼼꼼히 확인하고, 공소사실 중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첫 공판기일 전에 충분히 상의하여 모두절차에서 밝힐 입장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